지역도서관에서 주말마다 읽을만한 책들을 찾아보다가, 언젠가 얼핏봐야지 했던 책이었어서, 냉큼 빌려서 읽었는데, 표지에 비해서는 다소 뭐랄까. 말그대로 ‘기이한’ 책 정도로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작가의 창작이 다소 많이 들어 있고, 나름 한사람(이 아니고 두사람)에 대한 사실과 전기를 남기고 싶어하는 것에 따라서 다소 각주가 굉장히 많은.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살짝.. 시점을 많이 바꾸어가면서 봐야하는 어려운 책으로 봤습니다. 이야기 내용이나 그림등은 일종의 몇몇 사료 등에서 사실인 부분들을 주축으로 인물 위주로 에피소드들을 작가의 창의 영역에서 새로 풀어 냈다고 보는게 좋겠습니다. 근데 책을 다 읽어도 사실 에이다와 배비지에 대해서 잘 이런 사람이었구나 이런일을 했구나라는게 잘 안 와 닿습니다. 작가도 그것을 걱정한 듯 초반부에 많이 방어막을 쳐두었구요.
오히려 에이다란 인물에 대해서 약간은 세간의 과장된 시선등이 있다는 내용도 쓴것으로 보아서, 인물을 파고 들다가 이야기로서 재미 있는 부분을 찾을 수가 없어서 포기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시대적인 상황도 많이 이야기하고 있고요. 제목은 에이다지만. 배비지가 거의 50%에 달하는 분량을 차지하고, 여러 등장 인물들의 중심 연결 역할을 배비지가 하는 모양새입니다. 그게 그 시대의 이 사람들이 걸어왔던 발자취이였겠지요. 저도 찰스 배비지는 모르고 있다가. 예전 나름 세계 일주란 이름으로 비행기 갈아타면서 지구 한바퀴 돌아볼 무렵에, 샌프란시스코, 컴퓨터 역사 박물관에 갔을 때, 머리에 남아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언급도 잘 안되었던 것 같은데, 일종의 전자식 컴퓨터 이전에 기계식 컴퓨터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던 사람으로 최초라는 타이틀을 부여받고 입구쪽 섹션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도…. 뭘 만든건지 잘 이해를 못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뭔가 완전하게 만든게 없어서 이해 못 하는게 맞았나 봅니다 –;;
만화책으로 보기에는 좀 설명이 많고, 신문 등에 매일 게시되는 정도의 삽화가 많은 설명 코너 정도를 모아 놓은 것 같습니다. 스토리중에 작가 고유의 멀티버스 식의 소재만 차용한 순수 창작부분의 스토리도 중간의 반정도 인데, 실존, 실재 여부등을 잊어버린다면 꽤 재미 있습니다. 근데 초반부에서 사실로부터 출발해서 중간에 넘어가는 부분이 좀 애매해서, 약간 정신차리고, 확실하게 픽션으로 넘어간 부분을 캐치해야 읽는 재미가 있겠습니다. 특히 차분기관, 혹은 해석기관의 스팀펑크식 묘사를 받아들여야 좀, 아하… 엄청 크게 증기와 기계로 만든 건물 스타일의 컴퓨터구나 라는게 감이 좀 옵니다. 전자공학 기반이 아닌, 기계공학 기반이라서, 하드웨어의 주요 구현자가 토목 건축광이라는게 달라지지요. 역시 배비지와 긴밀한 관계를 갖는 사람이고요. 이 긴밀하다는게, 완전 절친 이런건 아니고, 서로 의견을 주고 받고, 서로 띄워주는? 말그대로 학계에서 서로 알아주는 그런 사이를 이렇게 표현한 것 같아 보였습니다. 배비지 직위 자체가 톱클라스였다고 하니,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고요. 우리가 잘 모르고 영국에서는 매우 유명하겠지요. 다음엔 영국쪽 다시방문해서, 박물관도 제대로 돌아봐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얻은 교훈은.. 이미 유명한 사람들의 커뮤니티가 존재하고, 그 연결에 포함되는 것이 좋겠다 정도네요 ^^;; 그만한 수준이 되어야 겠지요. 책에는 온갖 ‘천재’ 적인 사람들, 그리고 그를 물려받은 사람들이 나와서, 약간 자괴감이 들 수도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천재성’은 갖고 태어나며, 그것을 꽃 피울 토양을 만나지 못해서라는 것도 책에서 어느정도 느껴볼 수가 있습니다. 아직 제 천재성이 무엇인지 나이 앞자리가 4를 지나가도 잘 모르겠지만. 매일 뭔가 꾸준히 하다보면, 남들이 찾아주지 않을까 기대도 해봅니다.